알통 지식정보공유

알록달록

ChevronLeft

생활

첫사랑을 했었다

동인찡

2025-12-29 15:00

조회수 : 31

고등학교 2학년 봄이었다.

교실 창가에 앉아 있던 그녀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사람들 시선을 끌었고, 나는 그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나는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책을 읽는 척했고, 눈이 마주칠까 봐 일부러 고개를 숙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나 불릴까 봐 귀를 세우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반이었지만 대화는 늘 과제나 수행평가 같은 이유가 전부였고, 그 짧은 몇 마디를 위해 나는 전날 밤까지 말할 문장을 여러 번 연습했다.

그녀가 웃으며 “고마워”라고 말하던 날, 나는 그것을 오해했고, 그 오해 하나로 몇 달을 버텼다.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졌지만, 동시에 그 마음을 들키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아 더 깊이 숨겼다.


졸업이 다가오던 겨울, 친구에게서 그녀가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이유 없이 숨이 막혔다.

그날 밤 처음으로 고백 문자를 썼다가 지웠고, 새벽까지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다 결국 아무 말도 보내지 못했다.


졸업식 날, 우리는 같은 교실에 있었지만 인사는 하지 않았고, 그녀는 사진을 찍느라 바빴으며 나는 괜히 신발 끈만 다시 묶었다.

그렇게 끝이었다.

연락처는 있었지만 먼저 연락할 용기는 끝내 생기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연락하면 이상하겠지”라는 이유만 늘어갔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다시 만날 가능성도, 설명할 기회도 없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것은 그녀였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짝사랑은 실패로 끝났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내가 남긴 침묵만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조용히 그 시절을 증명하고 있다.


2,000

22

댓글

  • 젤리별 님이 감사의 마음으로 동인찡님께 0알을 증정했어요!

  • yyp6089 님이 감사의 마음으로 동인찡님께 0알을 증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