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 문과소비(文過遂非)
백악관
2025-12-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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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소비(文過遂非)
‘문과소비’란, 자신의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하며, 이를 합리화하여 끝내는 그릇된 행동을 고집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결국 더 큰 파국을 불러옵니다.
■ 녹각(鹿角)의 교훈
깊은 숲속, 두 마리의 사슴이 영역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격렬한 충돌 끝에 두 사슴의 뿔은 서로 뒤엉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누구 하나 먼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배고픔이 찾아오자, 그제야 싸움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뿔은 풀 수 없을 만큼 엉켜 있었습니다. 두 사슴은 뒤늦게 협력하여 뿔을 빼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굶주림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수도원의 신부는 엉킨 뿔을 잘라 수도원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뿔에 대해 물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 “서로 힘을 과시하다가 죽은 두 사슴처럼, 분노에 눈이 멀어 자존심만 내세우는 사람은 결국 상대도 죽이고 자신도 죽게 됩니다.”
이 사슴뿔은 지금도 독일 베벤하우젠(Bebenhausen)의 수도원에 전시되어 있으며, 배려와 양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상대를 짓밟고 얻는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닙니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려는 욕망은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끕니다. 우리 역시 이 두 사슴처럼, 서로를 이기려다 함께 망하는 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상대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지한 짐승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인간적인 교훈이 담겨 있기에 우리는 이 이야기를 되새겨야 합니다.
■ 공자의 일침
공자께서 제자들과 길을 걷던 중, 나무 뒤에 숨어 대변을 보는 사람을 발견하셨습니다. 공자는 그를 꾸짖었고,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잠시 후, 길 한복판에서 대변을 보는 또 다른 사람을 보았지만, 공자는 아무 말 없이 지나쳤습니다. 의아해한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 “선생님,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는 자가 더 나쁜데 왜 그냥 지나치셨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숨어서 똥을 누는 사람은 그래도 부끄러움을 아는 자다. 그런 사람은 훈계를 통해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길 한복판에서 똥을 누는 자는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미친 자다. 그런 자에게는 훈계가 아무 소용이 없다.”
■ 오늘날의 우리
지금 대한민국에는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수치심 없는 이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정의를 가장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말처럼, 훈계조차 통하지 않는 이들—그들은 과연 누구입니까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돌아봐야 합니다. 문과소비(文過遂非)의 늪에 빠져, 잘못을 꾸미고 합리화하며, 끝내는 파멸로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이제는 자존심이 아닌 양심으로, 힘이 아닌 배려와 양보로, 진정한 공동체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ㅡ서진원 올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