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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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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ian

2025-12-16 15:00

조회수 : 33

흡연의 短想。



담배는 늙고, 눈치는 젊어졌다.


한때 담배는 어른의 상징이었다.

중절모, 구두, 양복 주머니 속에서 담배는 권위처럼 꺼내졌다.

연기는 말보다 먼저 나갔고, 재떨이는 대화의 중심에 놓였다.

담배를 피운다는 건 “나는 이미 어른이다”라는 선언이었다.


그래서 오래전 한국의 골목 풍경은 명확했다.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우는 쪽은 늘 청소년이었다.

학교 화장실, 골목 안쪽, 공사장 뒤편.

그들은 담배를 숨겼고, 어른은 담배를 드러냈다.


그런데 요즘은 풍경이 뒤집혔다.

담배를 숨기는 쪽이 성인이 되었고,

심지어 시니어가 되었다.


회색 머리의 남성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반쯤 숙인 채 불을 붙인다.

바람의 방향을 먼저 살핀다.

연기가 위로 갈지, 옆으로 갈지 계산한다.

마치 첩보 영화 속 장면 같다.

담배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은폐 대상이다.


아이러니다.

예전엔 담배를 피우면 “철들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담배를 끊어야 “시대 감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기는 늙었고, 눈치는 젊어졌다.


흡연 문화는 시대의 온도를 정확히 반영한다.

담배가 문제가 아니라,

담배를 둘러싼 시선이 변한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흡연자는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니다.

그들은 ‘조용히 사라져야 하는 존재’다.

흡연 구역은 지도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표지판은 늘어났지만 갈 곳은 줄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목으로 간다.

청소년들이 쓰던 그 골목으로.

세대가 바뀌었을 뿐,

숨는 자세는 그대로다.


이 장면이 웃긴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다른 이유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청소년은 규범을 피해 담배를 숨겼고,

현재의 성인은 타인의 권리를 피해 담배를 숨긴다.

숨김의 이유만 바뀌었지,

눈치라는 기술은 한국 사회의 핵심 생존 스킬로 남아 있다.


담배는 더 이상 ‘나만의 시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냄새고,

누군가에게는 불쾌고,

누군가에게는 민원이다.


그래서 요즘 흡연자는

불을 붙이기 전, 먼저 사과한다.

말로 하지 않아도 몸으로 사과한다.

고개를 숙이고, 벽 쪽으로 몸을 붙이고,

재를 바람 반대편으로 털어낸다.


이쯤 되면 담배는 죄책감의 연기다.


웃기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사회가 건강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숨 쉴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이느냐를 더 걱정한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보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더 두려워한다.


이건 흡연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한국 사회의 미학이다.

튀지 말 것.

냄새 남기지 말 것.

흔적 남기지 말 것.


그래서 오늘도

어른들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청소년이 떠난 자리에,

시니어가 서 있다.


담배는 세태를 따라 늙었고,

눈치는 세대를 건너 살아남았다.


연기는 사라지지만,

눈치는 아직도 짙다.


#캡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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