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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부는 날 읽기 좋은 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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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억

2025-12-12 15:00

조회수 : 20

며칠이 지났을까.

성균은 버릇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아, 영미는 이제 없지.’

라는 생각에 전화기를 더듬던 손을 멈추었다.


가려진 커튼 사이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영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성균의 그리움은

한때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 하나하나에

스톱워치를 달아 놓기 시작했다.

아침의 공기와 창밖의 풍경,

잠깐 스치는 생각들까지

모두 영미가 멈춰 선 지점에서 멈춰 있었다.


깔끔했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턱수염은 언제 잘랐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겨울은 어느새 깊어져

눈은 잊을 만하면 다시 내렸다.

성균은 창밖을 바라보며 영미를 생각했다.


영미는 겨울날,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아직 아무도 길을 내지 않은 곳을

천천히 걸어보는 걸 좋아했었다.


“영미야… 어디로 가버린 거니.”


성균은 영미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거리를 헤맸다.

실종 신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실종이 아닌 단순 자발적 잠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성균은 경찰의 말에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단 한 순간도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닝콜을 하듯

매일같이 드나들던 영미의 집을 찾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아무 일도 발견되지 않는 날들이 쌓여 갈수록

그 역시 마음 한편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은 성균을 하루하루 무너뜨렸다.


고아로 태어나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던 자신이,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존재가

영미였기 때문이다.


영미도 그랬을까.

지성을 향한 사랑은 

어느 날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질 만큼

그렇게까지 지독했던 걸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창밖의 풍경은

어느새 영미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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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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