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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쌓는 모래성(추억을 타고 오는 시작) (6ㅡ마지막화)
축억
2025-12-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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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카페 분위기와 달리, 정아와 선규의 테이블에는 묵직한 감정이 내려앉아 있는 듯 보였다.
“잘 지냈어?”
선규가 먼저 어색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응, 오빠는?”
자기를 아직도 ‘오빠’라고 불러 주는 그 한마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감동처럼 밀려왔다.
그때 어린 윤정이가 선규를 보며 두 팔을 벌렸다. 꼭 안아 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아는 무안한 듯 말했다.
“우리 윤정이가 이래… 아무에게나 붙임성이 좋아서 말이야.”
어색한 순간, 선규는 윤정이를 안아 보게 되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따뜻했다.
정아와 선규는 윤정이와 함께 약 30분 정도 카페에 앉아 있었다.
평소 성격 그대로, 정아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정리하려 일어설 때, 정아가 갑자기 말했다.
“오빠, 윤정이… 사실 오빠 딸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오빠 집에 가서 해줄게.”
갑작스러운 말에 놀랐지만, 선규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정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집 좋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집을….”
“응, 너랑 헤어지고 밤낮으로 일만 했어. 그래도 서울에서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왔어. 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그랬었다. 정아와 헤어진 후 선규는 삶을 끝내려는 생각까지 했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의미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만 하며 자신을 혹사해도 정아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후배를 통해 전해졌던 자신의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한 제작사에서 영화화를 제안해 온 것이었다.
“정아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빠, 나… 당분간 윤정이랑 여기 있어도 돼? 사실 나 갈 곳이 없어.”
정아도 1년 만에 만난 선규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아원에서 나온 뒤 세상은 그녀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았다. 어린 윤정이를 위해 더는 찜질방을 전전할 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 윤정이에 대한 사실을 선규에게 털어놓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규와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다.
아직 정아는 과거 결혼생활에서 입은 상처가 다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아와 선규, 그리고 어린 윤정이는 함께 지내게 되었다.
순간순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렇게 영원히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스치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 있었고, 행복했던 과거의 추억도 두 사람 마음속에는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 같다.
모래성도 서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오래동안 허물어지지 않을 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선규와 정아는 생각하는지도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