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다시 쌓는 모래성(추억을 타고 오는 시작) (1)
축억
2025-12-04 15:00
조회수 : 29
정아가 문을 벌컥 열었다.
노크도 없었다.
책을 읽고 있던 선규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너, 미친 거 아냐?
노크도 없이… 도대체 왜 그래?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거야.”
하지만 정아는 선규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부부?”
그녀가 낮게 웃었다.
“우리가 부부였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
"그건 그렇고
너, 왜 자꾸 내 카드 쓰는데? 이제 와이프 지갑까지 뒤져?
인간아, 그렇게 살고 싶냐?”
선규는 나름의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정아의 쉴 새 없는 공격에
더 이상 제대로 받아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서 밀릴 수 없다는
남자의 자존심이었을까.
“부부끼리 그럴 수도 있지.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도… 뭐, 네 돈이고. 그렇지 않나?”
선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아는 날 선 목소리로 끊어쳤다.
“네 돈이 있기나 하고? 정말 어이가 없다.”
정아는 한숨과 함께 숨겨두었던 말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당신이 한 일이란 건 방구석에 앉아 책 보는 거뿐이었지.
그리고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
밖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돈을 벌어온 적 있어?
나… 더 이상 거지 같은 당신이랑은 못 살겠어.”
정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이혼해.
이번엔 정말이야.
내일 당장 법원 가자.”
결혼 10년 동안,
정아는 단 한 번도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정아는 고아로 자랐다.
가정을 갖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그래서 가정만큼은 절대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았고, 또 참아왔다.
하지만
오늘, 그 한계가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