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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Magician
2025-11-27 15:00
조회수 : 24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어느 계절의 끝에 와 있는 걸까.
언제부턴가 나의 나이, 나의 역할, 나의 자리가
모두 조금씩 달라져 버렸다.
예전에는 분명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직장 동료였고,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많던 이름표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에 남은 건
결국 ‘나’라는 단어 하나뿐이다.
나는 그 단어가
이렇게 무겁고 넓은 줄 몰랐다.
재정 상태?
가족 관계?
지인 관계?
사회적 위치?
사람들은 이 네 가지로
한 사람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전혀 틀리진 않다.
하지만 그 네 가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나는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잘 살고 있나?”
돈은 있는 듯하면서도 부족하고,
부족한 듯하면서도 어떻게든 돌아간다.
가끔은 잔고보다
‘마음의 여유’가 더 빠르게 줄어드는 느낌도 든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로를 챙기면서도
어쩐지 서운하고,
서운하면서도
또 미안해지고.
지인들은 예전처럼 많지 않다.
무리 지어 어울리던 시절은 이미 저만치 멀어졌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 몇 명이 이상하게 더 소중하다.
나를 꾸미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사람들.
그게 얼마나 귀한지 이제 알겠다.
그리고 사회적 위치…
그건 더 이상 ‘직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도 안다.
예전처럼 누군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자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고,
무언가를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고,
누군가를 돕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게 뭐든
그 자체로 나의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조용히 이런 말을 되뇌곤 한다.
“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중년과 시니어의 삶은
점점 좁아지는 길이라고.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좁아지는 게 아니라
이제야 조금씩 깊어지는 길이라고.
나의 속도대로,
나의 방식대로,
나의 항해를 계속해도 된다고.
그리고 모든 중년과 시니어들에게
이 말을 조용히 건네고 싶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는
과거의 끝이 아니라
당신만의 새로운 바다의 입구일지도 모른다.
밤이면 더 분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야 들리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독백 속에서만
비로소 마주하는 ‘진짜 나’가 있다.
그 나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묻는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한다.
“그래. 아직 괜찮다.
아직 갈 곳이 많다.”
#캡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