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11-17
잡학무식
2025-11-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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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존재의 가장 얇은 자리
새벽은 시간을 줄인 것이 아니라,
존재의 두께를 한 겹 벗어낸 것이다.
모든 사물은 이 시간에
이름을 잊고,
대신 스스로의 본질을 더듬는다.
책상은 목재가 아니라
'머물렀던 생각들의 온도'가 되고.
창문은 유리가 아니라
'안과 밖의 경계가 고민하는 순간'이 된다.
나는 나라는 형태를 잠시 내려놓고
질문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새벽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비워진 자리'를 건내
그 안에 스스로 의미를 채워넣게 한다.
그래서 이 시간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무언가가 조금 변한 듯 느껴진다.
변한 건 세계가 아니라
세계와 나 사이의 각도일 뿐인데도.
새벽은 결국
모든 존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가장 얇고 투명한 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