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체코 원전 수주 50년 족쇄 계약
홍동무림
2025-08-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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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코 원전 수주, 빛과 그림자: '50년 족쇄 계약'의 전말
지난해 한국형 원전(K-원전)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오랜만에 원자력 산업계에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대규모 원전 수출 성과로, K-원전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비밀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50년 족쇄 계약'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협약은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 원전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기했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체결된 것으로, 그 내용이 충격을 주었습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1기 수출 시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약 1조 원 규모의 기자재와 용역을 의무적으로 구매하고, 기술 사용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의무가 향후 50년간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계약이 단순한 기술 분쟁 해결을 넘어, K-원전이 미래 수출 시장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K-원전의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시에도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K-원전의 기술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독소 조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원전 수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연 이 계약이 장기적인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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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술 주권 포기 논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50년 족쇄 계약'이라는 비판의 핵심에는 '기술 주권 포기'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우리는 APR1400 원전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 설계하고 건설할 수 있는 '자립형 원전 기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기술 자립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주요 기자재와 용역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자칫 K-원전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한국이 원전 기술 주권을 미국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유럽 및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분야에서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하면, K-원전의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미국 시장의 논리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K-원전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기술적 종속성을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이번 논란은 우리가 '자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3. 위기를 넘어: K-원전의 미래를 위한 혁신 전략 제언
체코 원전 수주 논란은 K-원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단순히 원전 수출이라는 단기적인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K-원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의 APR1400 기술을 넘어, 한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의 상용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SMR은 미래 원자력 시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특허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팀 코리아'를 넘어 다자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기술적 종속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기술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잠재적 파트너들과 기술 및 자본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주요 국책 사업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밀유지 조항 뒤에 숨기보다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힘을 얻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K-원전의 미래를 튼튼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일회성 위기로 치부하기보다, K-원전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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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싼 '50년 족쇄 계약'은 K-원전의 화려한 성과 이면에 숨겨진 기술 주권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주권과 미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K-원전은 이제 단기적인 수출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다변화된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체코 원전 수주 논란이 K-원전이 더 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