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6-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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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김산
바람이 마디를 만들었다
비가 마디를 만들었다
가끔은 새들이 찾아와
마디를 다듬고 있었다
스스로 안을 비우며
마디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내부에 무엇인가로 채워졌는데
내가 보지 못하는 걸까
만지지 못해서 모르는 걸까
아님 비워서 채우고 있는 걸까
비워서 비워낸 걸까
채워서 비워낸 걸까
대 한 마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흔들리고
서서 마른 기도를 하며
단단하게 밀어 올리는 걸까
아마도 지상에서
가장 먼저 기도를 배운 나무일 것이다
바람의 상처와 비의 눈물을
제 몸의 안쪽에 간직해 보려
자신의 오장육부를 버렸기에
한번도 나이테를 갖지 못한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밤이면 댓잎에 별빛을 재워보내느라
정작 제 꽃은 언제 피울지도
모르는 나무가 되었다(1)
그래도 언젠가 피울 꽃을 위해
새들이 들어와 날고 간
자신의 안쪽에 꽃의 무늬를
오늘도 세기고 있을 것이다
2025. 05. 16
(1)왕대나 솜대는 꽃이 피려면 60년에서 100년쯤 걸리기도.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