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6-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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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김산
창 밖에 비가 내린다
밤이 되어도 비는 비가 되어 내린다
별들을 씻기고 온 비들이
입을 다문 채 내린다
밤비가 조용히 내리는데
자꾸 어디선가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궁금해졌다
귀가 먼저 호기심을 발동해 촉수를 세웠다
가만히 지켜 보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나가 보니 비에 젖은 바람이었다
머리와 어깨 발까지 젖은 바람이 서있다
바람의 발은 차라리 맨발이었다
비에 젖은 바람의 어깨는 생의 문양이
지워지고 물을 먹어 축 늘어졌다
문 앞에 서 있는 바람을
거실로 데려와 수건으로 닦아주고
따뜻한 물 한 잔을 주었다
저와 내가 서로 마주 보았다
그 순간 비에 젖은 바람에게서
나를 보았다
내 어깨는 축축해졌고
겨드랑이에서는 물비린내가 났고
등에서는 사막을 건너온 낙타의 울음소리가
매달려 있었으며
내 맨발은 어디에도 머물러 본 적 없는
구름의 각질이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바람에게 내 침대를 내어주고
난 밤새 비에 젖은 별들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