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6-05 15:00
조회수 : 38
봄꽃 지는 걸 자세히 보는 이유
꽃이 피어 있는 동안보다
이제는 꽃이 지는 과정을
유심히 오래 지켜 본다
해가 뜨는 것보다
해가 지는 일몰의 시간
달이 보름으로 피는 것보다
달이 그믐으로 지는 순간을
더 오래도록 관찰해 할 때가 있다
내 젊은 날의 잠시 동안의 시간보다
내 서쪽하늘에 걸어 두어야 할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매 순간 지는 것들과
떠나 보내야 하는 것들 앞에서
이별과 그리움도
경건하게 대면하자
나와의 모든 낙화가
슬픔인 것만도 아니게시리
눈물만도 아니게시리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처럼(1)
아름답게 맞을 일이다
봄꽃 지는 순간의 저 꽃 속에서 다시
나는 어느 나무의 푸른 잎 하나로
봄비를 맞을 일이다
바람에 흔들려 햇빛에 손마중할 일이다
2025. 05. 14
(1)이형기의 시 <낙화>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