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5-13 15:00
조회수 : 24
숫자
은행업무를 보려고
번호표를 뽑아 앉아 기다리는데
276번이 번호판에 뜬다
내가 276번이다
이 순간 나는 276번이다
통장 비번은 0000으로
저장되어 있어
이번호만으로 돈을 찾을 수 있다
난 0000이다
아파트 현관 번호는%%%%이다
난 %%%%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어린아이가
13층 아저씨자
난 13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숫자로 불렸고
숫자로 각인되었고
숫자가 내가 되어 살았다
숫자가 나를 대신하고
나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 많은 숫자 속에
나는 있을까
내게는 여러 개의 숫자가 있다
누가 내게
나는 17인데
당신의 숫자는 뭐요?
하고 물으면
난 무어라 해야 할까
어느 숫자가 진짜 나일까
나는 어느 숫자에도 없소
그러나 어느 숫자이라 불릴 때는 있소
오직 모르는 숫자 속
그 사이에 그때그때 있소
이렇게 답하면 될까
신이 0이면
난 1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