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5-11 15:00
조회수 : 28
%오늘 시는 길지만
천천히 읽어봐 주십시오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린 아버지고
아들은 내게 아기였을 때
내가 아들 똥도 오줌도 치우며
엉덩이를 씻겨 기저귀를 갈아줬지
언젠가 내가 늙어지고 더욱 쇠해져
아들과 내가 처지가 뒤바뀌어
내 몸이 어린 아기 질량처럼 가벼워지고
내 스스로 똥오줌도 못가릴 순간이 만약에 온다면
그때는 내 아들이 내 아버지고
내가 내 아들의 아들이 되겠지
그럼 아들인 아버지가
아버지인 아들의 똥기저귀를 갈고
내 몸을 들어 씻기겠지
하느님
제발 이런 순간만은 오지 않게 해 주소
난 내 아들의 영원한 아비만로 살다 가고 싶소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보며
오지게 배부른 것을 끝까지 보다가 가고 싶소
그렇게만 해주소
아들에게 잘난 것 없는 애비지만
이것만은 애비의 자존심으로 지키고 싶소
내가 너무 밉지만 않으면
그렇게 해주쇼
미리 못박아 두려고 이리 안하요
행여 나중 기억 놓칠까 봐 이리 서두르요
어째 안되겄소?
이리 기도같은
기도없는 괜한 푸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