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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방

2025-05-04 15:00

조회수 : 17

봄비


김산


늦은 봄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허기진 생이 그만

비 여러가닥을 건져다가

끓는 물에 국수로 삶는다

오래 비워둔 외로운 그릇에 담아

허전함을 한두 방울 떨구어 먹는다

국수를 먹다보니

비의 맨발이 보였다

생은 맨발을 훤히 드러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듯이

지상으로 걸어오는 동안 발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생의 무늬를

정직하게 찍어 놓았다고 했다

비맛도 살다보면 어느 때는

쓸쓸한 맛보다

고독이 먼저 씹힐 때가 있다

다 먹고 남은 그릇에

비인 이름들이 얼룩같은 문양으로 남았다

그 문양을 읽는 동안

비는 그치고

채 내가 되지 못한 얼룩들을

씻으러 설거지통에 담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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