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5-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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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김산
늦은 봄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허기진 생이 그만
비 여러가닥을 건져다가
끓는 물에 국수로 삶는다
오래 비워둔 외로운 그릇에 담아
허전함을 한두 방울 떨구어 먹는다
국수를 먹다보니
비의 맨발이 보였다
생은 맨발을 훤히 드러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듯이
지상으로 걸어오는 동안 발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생의 무늬를
정직하게 찍어 놓았다고 했다
비맛도 살다보면 어느 때는
쓸쓸한 맛보다
고독이 먼저 씹힐 때가 있다
다 먹고 남은 그릇에
비인 이름들이 얼룩같은 문양으로 남았다
그 문양을 읽는 동안
비는 그치고
채 내가 되지 못한 얼룩들을
씻으러 설거지통에 담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