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4-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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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ㅡ제주 4ㆍ3사건을 기억하며
김산
내가 밟고 걸어가는 길이
그냥 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상처나 아픔으로 다져진 길일 수도 있고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지워질 수 없는
기억의 길일 수도 있고
앞선 시간이 이제 걸어갈 내 고통의 시간들을 먼저 데리고 간 길일 수도 있다
나보다 먼저 바람이나 비가 그 생채기를
읽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니
이제 나도 이 길 위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이 있다면
멈출 수 없는 길이라면
길이 일러주는 소리와 언어를 간직하며
걸어야겠다
저렇게 길 위에 핀 예쁜 꽃들이
누군가의 눈물과 고통 위에 핀 것이라는 것을
길을 걸으며 읽어내야 하는 건
지금의 길을 따라나서는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