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오늘의 시
하도방
2025-04-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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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
김산
스스로 안을 비우고
마디를 만들어
대나무가 되기 전에
먼저 한때
여리고 무른 죽순이었던 순간이 있다
저리 작고 여린 무른 것 속에
단단한 것이 숨어 있던 것이다
아니 단단한 것과
작고 여린 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거였다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작고 여린 것이 모든 생명의 처음이다
죽순은 자라며
바람과 비 속에서
자신의 단단한 생의 열정을 밀어 올린다
그러면서 스스로 안을 비워
바람의 상처와
비의 눈물을 채워가며
수직으로 꿈꾸며 자신을 밀어 올린다
죽순은 공중에
단단한 희망 하나를 매어 달기위해
여리고 무른 인내를
자신의 안쪽부터 비워가며
단단하게 마디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