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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하도방
2025-04-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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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의 자세
복효근
먼 나라 북쪽에 와서 자작나무 숲을 처음 보았다
때론 3 미터도 넘게 쌓인다는 눈
자작나무도 지붕도 사람들의 어깨도 가파르다
저마다의 생이 갖고 있는 가파른 경사를
이해하기로 한다
자작나무숲은
그것이 무엇이든 쌓아두지 않는다
속살로 생을 건너가는 성자들처럼
다만 견딜 뿐 아니라 그 빛깔을 닮아버려서
벗은 살결조차 눈빛이다
이 나무의 족속을 우러러 올려다보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천지사방에 길이 막혔을 때
하늘을 향하여 한사코 길을 내는 저 기도의 자세
- 오직
이 길 끝에 한 줌 재도 연기도 남지 않기를
나지막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가끔 이웃 가지를 흔들어 깨워주며
무거운 오오츠크 기단을 맞서는
흰 빛의 연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