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고맙다
축억
2025-03-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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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청춘 어이가고
거울에 비친 모습
한겹 두겹 닳아 버렸네
숱많고 예쁘게 땋아 내렸던
검디 검었던 머리는
반백이 되고
풍금소리에 실려 풀풀 날아 올랐던
청춘의 향 대신
내살 내음은 노년의 그것
나도 싫네
"어짜다가 이리 되었을까"
망연자실 앉아 있는
하루 해는 왜 이리도 길고 긴지
짧았ㅡ던
하루해 길어져 버린 해가 형벌 같아
눈물도 마르고
청춘도 마르고
건조해진 나날 위에 먼지만 자욱하게 쌓이네
어여쁜 내 손주
얼굴 한번 보았으면
야속하다 세월아
시력은 남겨주지
아닌가
그래 깊은 뜻이 있겠지
다 지우라고
청춘도 지우고
나의 모든 진액을 약초 삼아 달여
키운 자식도 지우고
평안이 오라는 하늘의 뜻이겠지
이만큼
살다 보니 이만큼 알아지는 것을 보면
공짜는 없는 것 같아
....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