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순이 보러 가는 길
Zudaish
2025-03-13 15:00
조회수 : 25
순이 보러 가는 길
봄이 오는 걸음이 더디어
아직 수선화도 피지 않았단다
아무렴 어떠냐
순이 네가 꽃인데
더디 오는 아침을 재촉하며
길을 나선다
얼마나 예뻐졌을까
궁금한 까치가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온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데 나는 여전히 아프기만 했다. 내가 못난 탓일까 나를 염려하기도 했다.
어제는 그 염려를 잠시 접어두고 웃을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는 일.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 일.
봄이 더디 온다고 부리던 투정들이 사라졌다.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거기 맛난 음식이 없었다 해도 얼굴을 보는 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움이라는 것. 그리워 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그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서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웃는 일. 사는 일에 이보다 더 큰 위안이 있겠는가.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겠는가.
돌아오는 길.
5월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어서 손을 꼽게 된다. 그 날에는 투병 중이어서 함께 하지 못한 우리들 마음 속 고운 친구도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친구들의 마음을 전할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 했다.
성급한 열나흘 달이 보름달처럼 밝게 내 앞을 간다. 나무 가지 사이로 앞서 가는 달빛이 유난스레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함께 소망하는 일들이 걸음을 재촉하여 하루 빨리 우리 앞에 당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받아들여 주말쯤이면 수선화도 노랗게 웃어주겠단다.
5월이 오면 조금은 서툰 걸음이지만 또 우리에게 다가설 친구를 생각하며 달을 본다. 어느덧 기도로 가득 찬 마음으로.
다시 사는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성산리에는시와행복이있다